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1.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인간은 자신이 처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경험 속에서 나름의 생활 양식을 만들어 왔고, 그 과정에서 각 사회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 이처럼 사회마다 다른 문화를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

총체론적 관점 | 우리나라는 밥을 주식으로 먹는다. 이러한 문화는 벼농사를 주로 하는 농경 문화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기후는 벼농사에 적합하여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벼농사를 짓고 살았다. 벼농사를 지으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여 토지를 중심으로 가족 규모가 커졌고, 대가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족 내 수직적인 상하 질서가 형성되었다. 상하 질서가 엄격한 가족 문화는 산업화와 핵가족이 일반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먼저 수저를 들지 않는다는 식사 예절로 남아 있다. 밥이라는 문화 요소가 기후, 농경 역사, 가족 관계, 식사 예절 등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총체론적 관점은 이러한 관련성에 주목한다.

  한 사회의 문화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요소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 요소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하나로서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어떤 문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 요소와 연관 지어 바라보고 전체 문화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총체론적 관점이라고 한다.

비교론적 관점 | 어느 사회에서나 음식과 관련된 문화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 구체적인 양상은 사회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식사 때가 되면 당연하게 밥과 반찬을 먹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빵과 고기를 주로 먹는다. 왜 그럴까?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당연해 보이는 우리 문화도 이러한 질문을 통해 다른 문화와 비교해 보면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여러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화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가족, 혼인, 정치, 법, 종교, 언어, 예술 등의 문화 요소가 공통으로 존재한다. 이처럼 모든 사회에는 공통으로 존재하는 문화 요소가 있는데, 이를 문화의 보편성이라고 한다. 반면, 사회마다 자신이 처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경험이 달라 나름의 독특한 생활 양식을 형성해 왔는데, 이를 문화의 특수성이라 한다.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분석하여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관점을 비교론적 관점이라 한다. 비교론적 관점을 통해 자기 문화의 특징을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 문화를 이해하는 태도

  우리는 모두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권의 규범과 가치, 행동 양식에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와 다른 문화를 보았을 때 당황하게 된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세계화되고 다문화 사회로 변해 가면서 다른 문화와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우리 문화와 다른 문화를 이해해야 할까?

자문화 중심주의 | 문화를 이해하는 태도 중에서 자기 문화만을 우수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낮게 평가하는 태도를 자문화 중심주의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낯선 문화를 접하였을 때 이러한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지기 쉽다. 자문화 중심주의는 다른 국가나 문화권뿐만 아니라 다른 인종, 성별, 계층, 세대의 사람들을 대할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자문화 중심주의는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집단 내 결속력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는 본래의 색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자기 문화만을 우월하다고 여기는 태도는 다른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자기 문화의 우수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국수주의로 흐르거나 *문화 제국주의로 변질될 수도 있다. 한편, 다른 문화와의 접촉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자문화 중심주의는 문화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 사회 내에서도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의 경우 서로 간의 이해를 방해하여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문화 사대주의 | 사람들은 다른 문화를 우리 문화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때도 있다. 이렇게 특정 국가나 민족의 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여기고 추종하며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화를 낮게 평가하는 태도를 문화 사대주의라 한다.

문화 사대주의적 관점을 가지면 선진 문물의 수용으로 문화 발전에 일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문화를 무조건 숭상하거나 선호하는 등 편견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다른 문화뿐 아니라 자기 문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기 문화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전통문화를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 사대주의는 특정 문화를 우수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자문화 중심주의와 유사하지만, 자신의 문화를 낮게 평가하고 다른 문화를 숭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화 상대주의 | 자문화 중심주의와 문화 사대주의는 모두 특정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다른 문화를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이에 비해 문화 상대주의는 문화 간에 우열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문화는 서로 다른 자연환경, 역사적 배경, 사회적 맥락에 따라 형성된 것이므로 각자 나름의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태도이다.

  문화 상대주의는 서로 다른 문화 현상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이해하므로 어떤 문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와 의미, 기능 등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문화 상대주의는 세계화와 다문화 사회로 변해 가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줄이고 공존을 하기 위하여 더욱 필요한 태도이다.

  다른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때 문화 다양성이 유지되고, 다양한 문화가 교류할 때 문화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 상대주의적 태도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관습과 제도까지 모두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출처: 신형민, 사회문화, 비상교육, 94~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