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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의 의미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다양한 의미로 사용한다. 예컨대 ‘문화 행사’, ‘문화생활’에서 문화는 공연이나 예술 등 특정 분야만을 가리키고, ‘문화 시민’, ‘문화인’에서 문화는 더 세련되고 교양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에는 문화가 ‘미개’와 대비되는 의미로 사용되어 더 진보한 것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이때 문화는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 문화의 어원: 문화라는 말은 경작이나 재배를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문화는 주어진 자연환경에 인간이 인위적인 노력을 더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타고난 생물학적 특징은 문화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문화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다문화 사회’, ‘음식 문화’, ‘청소년 문화’에서 문화는 특정한 분야나 세련되거나 진보한 것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의미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때 문화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의식주, 가치, 규범 등과 관련한 행동 양식이나 사고방식 등 생활 양식의 총체를 의미한다.
문화를 넓은 의미로 본다면 학교에 교복을 입고 등교 시간에 맞추어 등교하며, 종소리에 따라 움직이고 질서를 지키는 행위 등은 모두 문화에 해당한다.
넓은 의미의 문화, 즉 생활 양식으로서의 문화는 그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 삶의 목표,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어떤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2. 문화의 속성
공유성 | 우리나라 사람은 ‘미역국 먹는 날’ 하면 대부분 생일을 떠올린다. 이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문화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험 보는 날에는 미역국을 잘 먹지 않는다. 똑같은 미역국이라도 어떤 날 먹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은 미역국이 지니는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처럼 문화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 공통으로 가지는 생활 양식이라는 속성이 있다. 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원활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
학습성 | 문화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사람은 단지 문화를 학습할 능력만을 가지고 태어나며, 태어난 순간부터 사회화 과정을 통해 그 사회의 문화를 익히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개인의 생활 양식은 그가 어떤 문화를 접하며 성장하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더라도 외국에서 성장한 교포가 한국어보다 외국어에 능통한 것 역시 문화가 학습되기 때문이다. 한편, 생물학적 특징과 같이 학습되지 않는 것은 문화로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행위는 문화로 볼 수 있지만 타고난 머리카락 색깔은 문화가 아니다.
축적성 | 일부 동물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물이 학습한 내용은 다음 세대의 동물에게 전해지기 어렵다. 이에 비해 인간의 문화는 말과 문자를 통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기도 하면서 풍부해진다. 이처럼 문화는 오랜 시간과 역사에 걸쳐 누적된 지식과 경험의 결과물이다.
전체성 | 한 사회의 문화는 기술, 언어, 예술, 가치, 규범 등 다양한 문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하나로서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문화를 구성하는 각 요소는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한 요소의 변화는 다른 요소의 연쇄적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과학 기술의 발달은 공업화와 도시화, 가족과 친족 기능의 약화, 전통 신앙 체계의 약화 등 사회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변동성 | 역사를 보면 인류의 생활 방식은 계속해서 변해 왔다. 문화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문화 요소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문화 요소가 나타나면서 그 형태와 내용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 전통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한식, 단오 등의 명절 의미가 퇴색한 것이나, 주거 양식이 한옥에서 아파트와 서양식 건축 형태로 바뀐 것 등은 모두 문화의 변동성을 보여 준다.
<통통통 생활 속 이야기> 내가 어떤 볼펜을 선택할 것인지도 학습된 것일까?
미국의 어느 문화 심리학자는 ◯◯ 국제공항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하였다. 짤막한 설문에 답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볼펜을 주었다. 사실 설문 내용은 크게 상관없었다. 진짜 실험은 응답자들이 어떤 펜을 고르느냐 하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은 응답자 중 절반에게는 주황색 4개와 초록색 1개 묶음 중에서 고르도록 하였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초록색 4개와 주황색 1개 묶음 중에서 고르도록 하였다. 실험 결과 유럽계 미국인들은 나머지 네 개와는 다른 색상의 볼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주황색 4개와 초록색 1개 묶음 중에서는 초록색 1개를 선택하였다. 반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주류’에 해당하는 색상을 주로 선택하였다.
이 학자에 따르면 이러한 선택의 차이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아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계 미국인들은 독립적인 자아를,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상호 의존적인 자아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 자아’는 자기 자신을 개별적이고, 고유하고, 다른 자아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상호 의존적 자아’는 자신을 관계 지향적이고 다른 자아들과 비슷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전통을 따르고 의무를 다하며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본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자아를 가지게 된 이유를 가족과의 상호 작용 등 성장 과정에서 찾았다.
- 헤이즐 로즈 마커스 외,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수정 인용 -
출처: 신형민, 사회문화, 비상교육, 9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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