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행동

 

 

 

1. 일탈 행동의 의미

  일탈 행동이란 사회가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규범의 허용 한계를 벗어난 행위를 말한다. 일탈 행동은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나 거짓말을 하는 것부터 절도나 살인 등과 같은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탈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나 상황,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1970년대 우리 사회에서는 장발을 금지하였지만, 오늘날에는 문제 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수영복을 입는 것에 대해서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지 않지만,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본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남자들이 킬트라는 치마를 입고 다니는데 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치마 입는 것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지 않는다. 이렇게 어떤 행위가 일탈 행동인지 여부는 한 개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 행위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특정 시대와 사회의 구성원이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일탈 행동은 그 사회의 통합과 존속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일탈 행동에 대해 공식적·비공식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탈 행동이 그 사회의 문제를 표출함으로써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2. 일탈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

  일탈 행동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생물학적·심리학적 이론들은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타고난 성격이 나쁜 사람들이 일탈 행동을 저지른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이론들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후천적·사회적 요인에서 일탈 행동의 발생 원인을 찾는 사회학적 이론들이 생겨났다. 사회학적 이론의 대표적인 예로 아노미 이론, 차별 교제 이론, 낙인 이론이 있다.

 

아노미 이론 | 아노미 이론은 아노미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뒤르켐(Durkheim, E.)은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인한 규범의 부재나 혼재 상태를 아노미로 규정하고 사회가 이러한 아노미 상태에 빠질 때 일탈 행동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극심한 이데올로기적 혼란 상황에서 러시아에서는 절도와 강도 등의 범죄가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머튼(Merton, R. K.)은 한 사회의 문화적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인 수단 간의 괴리에 따른 혼란 상태를 아노미로 규정하고, 이러한 아노미적 상황에서 비합법적인 수단을 사용해서 문화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때 일탈 행동이 발생한다고 본다.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아노미 이론은 사회 규범의 부재나 혼재 상태, 개인과 집단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단의 부족 등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일탈 행동의 원인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아노미 이론은 일탈의 원인을 사회 구조 속에서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 나머지 개인들 간의 상호 작용이 일탈 행동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력을 소홀히 한다는 한계가 있다.

 

차별 교제 이론 | 우리는 간혹 주변의 비행 청소년에 대해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나쁜 물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한다. 차별 교제 이론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는데, 일탈 행동을 일탈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학습된 결과라고 본다.

  이 이론에 의하면 한 개인이 일탈자가 되느냐 안 되느냐 여부는 일탈 행동을 하는 집단과 얼마나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테면 우범 지역에서 성장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성장하면서 가족 구성원이나 이웃의 일탈 행동이나 일탈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 사람은 일탈 행동을 배우거나 일탈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내면화하여 일탈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차별 교제 이론은 사회적 상호 작용과 사회적 학습 과정에 주목함으로써 일탈 연구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이 이론은 일탈 행위자와 장기간 접촉해도 일탈자가 되지 않은 경우에 대해 충분한 대답을 주지 못하며, 우연적이고 충동적인 범죄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상대주의적 태도 | 낙인 이론은 특정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 일탈자라고 낙인을 가하면, 그 사람은 일탈자라는 정체성을 형성하여 계속하여 일탈 행위를 하게 된다고 본다. 낙인 이론에서는 1차적 일탈과 2차적 일탈을 구분한다. 많은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가벼운 일탈 행동을 하는데, 대부분 일시적으로 발생하여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문제시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탈을 1차적 일탈이라고 한다. 하지만 1차적 일탈이 발각되어 주위 사람들이 일탈자로 낙인을 찍으면 그 사람은 스스로 일탈자라는 정체성을 형성하여 계속 일탈 행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낙인을 받아들여 일탈 행동을 하는 것을 2차적 일탈이라고 한다. 낙인 이론의 예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자가 출소 후에 전과자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범죄를 계속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낙인 이론에서는 일탈을 규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일탈 행동의 본질을 그 자체의 특별한 속성에서 찾지 않고 그와 상호 작용하는 주변 사람들에 의한 낙인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특정 행위가 일탈로 규정되는 것은 사회적 낙인일 수도 있지만, 그 행위의 본질적 속성에 기인할 수도 있다. 즉, 낙인 이론은 일탈을 범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반응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최초의 일탈이나 범죄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일탈자라는 낙인을 동일하게 받았음에도 한 사람은 일탈을 계속하고 다른 사람은 일탈을 하지 않은 경우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출처: 신형민, 사회문화, 비상교육, 77~80쪽